라오딩 하면 나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형용사가 '저속하다'이다.

고대 중국어를 가르치는 대학교수임에도 라오딩의 주된 관심사는 결혼이나 출산, 부동산 매입 같은 거였다.

삼류연애소설을 즐겨봤으며 무신(중국 현대문학가이자 화가)의 시집이나 싼마오(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의 책은 따분해 하며 들춰보지도 않았다.

고상하고 품위 있게 앉아서 감상하는 연주회는 관심조차 없었다.

시몬 드 보부아르(프랑스 작가이자 철학가)가 남성을 존중하는지 경시하는지조차 관심이 없었다.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은 라오딩의 저속하고 경박한 모습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인다.

그도 그럴것이 무미건조하고 따분한 고대 한어 강의를 마작 게임처럼 흥미진진하고 신나게 탈바꿈시키기 때문이다.

그의 공개수업에는 항상 구름 떼처럼 몰려든 학생들로 북적거리기 일쑤다.

"그래도 명색이 대학교수인데 그렇게 경박하게 굴다가 학생들한테 웃음거리가 되면 어쩌려고 그래? 걱정도 안 되나?"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그들의 문제일 뿐 나와는 상관없어. 게다가 남들의 웃음거리를 면한다고 해서 내가 고상해지는 건 아니지 않나?"

진정으로 품위 있는 개성은 이 부잡한 세계와 하나가 되어 움직이면서도 자신만의 인생을 홀로 즐길 줄 아는 것이다.

번잡한 세계에서 거리낌없이 살아가면서도 허세나 교활한 술수를 부리지 않는다.

나는 결코 당신에게 평범하고 저속해지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저속함을 거부하느라 가식과 위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말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당신이 고상하고 순수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때로는 비천하고 경박해져야 한다.

... 자신을 티끌 하나 없는 옥처럼 여기지도 말고, 또 수준낮은 형편없는 사람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그저 자신을 영혼이 있는 씨앗이라고 가정하라.

자신을 인간무리에서 멀리 떨어진 야수로 만들어 과격함과 분노로 나약함을 키우지 말라.

자신이 평범한 사람 중 하나임을 인정하라.

                                       - '매일 괜찮은 척 살아가는 당신에게' -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