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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름짜지 (시인, 문병란)
작성자 김신철 등록일 2022.11.18

어릴 적 고름이 든 종기를    

나는 아파서 끙끙대며

만지기만 하고 짜지를 못했다.

고름은 피가 썩은 것이고

고름은 결코 살이 안 된다고

어머니는 감히 선언하셨다.

손만 살짝 닿아도 엄살을 떠는 나에게

어머니는 약창까지 나와야 낫는다고

발끈 눌러 버렸다.


전신의 충격, 눈알이 아리면서

마침내 종기는 터지고

피고름과 함께 백리가 뽑혔다.

썩은 고름이 빠진 자리에

새 살이 차고 다시 피가 돌고

마침내 상처는 깨끗이 나았다.


종기가 무서워 슬슬 만지며

고름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겁쟁이

살이 썩고 피가 썩고

마침내 온몸이 썩을 때까지

우리는 아프다고 바라만 볼 것인가.


슬슬 어루만지거나 하며

거죽에 옥도정기나 바르며

진정으로 걱정하는

어머니의 손길을 거부할 것인가


언제까지나 고통을 지니고

이 악취, 이 아픔을 견딜 것인가

고름은 피가 되지 않는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어머니는 자꾸만 외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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